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손가락 열두마디를 태우며

백련암 2008. 4. 14. 14:37

 

 

 

*손가락 열두마디를 태우며* 


네번째 기도는 26세 때인 1954년 여름,
오대산 적멸보궁(寂滅寶宮)에서 행하였습니다.
세번째 기도 이후
선방을 다니면서 부지런히 정진하였지만 아직 수행승으로서 부족한 것이 많고 장애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결정코 생사일대사(生死一大事)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굳센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중대 결심을 내렸습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속가에 갈 사람이 아니다.
중노릇 아닌 딴 짓을 할 사람도 결정코 아니다.

오로지 불법을 위해 살다가 죽을 몸인 것만은 분명한 것! 이 기회에 결정심(決定心)을 완전히 다져 놓아야만 한다.

연비를 하자.

손가락이 없으면 세속적인 모든 생각이 저절로 뚝 끊어질 것이고  손가락 없는 나에게 누가 사람 노릇 시키려고도 않을테니.....'
그래서 오대산으로 들어갔습니다.

막상 연비를 하기 위해 오대산으로 들어가기는 했으나  가자마자 성급하게 할 것도 아니고 하여,

여름 한철 석달 동안 연비에 대한 생각도 점검할겸 장좌불와(長坐不臥)를 하면서 열심히 정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대관령 꼭대기에 구름 한 점이 날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구름은 마치 내가 날아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몸뚱아리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사람의 일생 또한 저 뜬구름과 같이 어디선가 왔다가 어디론가 가 버리는 것에 불과한 것.

이러할 때 더 깊은 연(緣)을 심어 놓지 않으면 그야말로 허생명사(虛生命死)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오대산과 같은 좋은 도량에 왔을 때 이 마음을 깊이 다지고 연을 심어야 하리.'
이렇게 생각하고 그날 <능엄경> 제6권 사바라이장(四波羅夷章)의
연비(燃臂)에 대한 구절을 다시 한번 죽 읽었습니다.

내가 열반한 뒤에 어떤 비구가  발심하여 결정코 삼매를 닦고자 할진대는 능히 여래의 형상 앞에서 온몸을 등불처럼 태우거나

  한 손가락을 태우거나          이 몸 위에 향심지 하나를 놓고 태우면 내가 말하는

  이 사람은 비롯 없는 숙세의 빚을 한순간에 갚아 마치리니

  길이 세간을 멀리 떠나 영원히 모든 번뇌를 벗어나리라 만약 이렇게 몸을 버리는 작은 인을 심지 않으면

  무위도를 이룰지라도 반드시 사람으로 돌아와 그 묵은 빚을 갚으리니

  내가 말먹이보리를 먹은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도다.

若我滅後 其有比丘
發心決定 修三摩提
能於如來 形像之前
身燃一燈 燒一提節
及於身上 熱一香炷
我說是人
無始宿債 一時酬畢
長揖世間 永脫諸漏
若不以此
捨身微因 縱成無爲
必還生人 酬其宿債
如我馬麥 正等無異

그리고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매일 3천배씩 7일동안 기도를 드린 후,
오른손 네 손가락 열두 마디를 모두 연비하였습니다.

출세*명예*행복 등 사람 노릇 하겠다는 미련을 손가락 열두 마디의 연비와 함께 깡그리 태워 버리고, 나는 홀로 태백산 도솔암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6년 동안 조그마한 갈등도 없이 참선정진하면서, 아주 열심히 부처님 제자답게 살았습니다.
일평생과도 바꿀 수 없는 그 6년의 참된 공부! 
그것은 네 번의 기도를 통해 얻은 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갈등이 있으면 기도하십시오.
장애가 많고 공부가 잘되지 않으면 기도를 통해 거듭  발심하십시오.

불보살님께서는 틀림없이 큰 힘을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