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암스님의 소리 없는 소리***
#돌아오지
하루는 스님께서 먼저 돌아가신 도반스님의 제자를
찾아가신 적이 있다.
그 도반스님의 제자에게
"너희 스님은 한 번 가더니 오지도 않고...
편지도 없고 전화도 없지?"
"예. 스님"
"참 야속한 사람이다."
옆에 있던 시자가 여쭈었다.
"그러면 스님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다시 오시겠습니까?"
"그래. 공부 잘 하면 내가 오지"
#뭔일 있지?
원적사에서 도량 주변의 풀을 벨 때의 일이다.
다 벤 풀을 거두어 치우는데, 법당 뒤에 솟은 학바위의
풀들은 옮기기가 힘들어 한쪽에서 태운 적이 있었다.
무심코 태웠는데 그 불기둥이 대단하여 자칫 화재로 이어질
염려가 될 정도였다.
당시 스님께선 봉화 무위정사 토굴에서 기거하셨다.
그날 저녁 원적사로 스님의 전화가 왔다.
"원적사에 뭔 일 있지?"
스님께서 먼저 전화하시는 일은 없으셨다.
스님의 말씀에 크게 당황스러웠으나 낮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고 부주의를 참회드릴 수 밖에 없었다.
#미친 놈
하루는 시자가 마당에서 여신도와 잡담하는 것을 스님이 보시고
지나가며 말씀하셨다.
"저 놈 미친 놈 아이가!"
당시 시자는 '별 말씀을 다 하신다'며 스님의 말씀을 흘려 들었다.
그러나 훗날 세심하고 깊은 스님의 뜻을 헤아리고 크게
부끄러워할 수 밖에 없었다.
#세모난 물 네모난 물
"스님. 어떤 경우에는 참선해라 하시고, 어떤 경우에는 염불해라
하시고,또 어떤 경우에는 진언해라 하시는데, 왜 그러십니까?"
세모난 그릇에 물을 부으면 세모나지만, 세모난 물을 부은 것은
아니거든.
마찬가지로 네모난 그릇에도 네모난 물을 부은 것은 아니지.
사람들의 그릇도 저마다 달라서 여러 수행법을 제시하지만,
그것들이 다른 것 같아도 근본원리는 똑같은 거다."
#수수한 수행생활
어느 날, 시자가 떨어진 고무신을 꿰매고 있는 모습을
스님이 보시고는 지나가며 말씀하셨다.
"그래. 중 노릇은 그렇게 수수하게 하는 거다."
#스승
"스승이란 무엇입니까?"
"스승이란 제자의 인생을 내다보고, 그 제자가 바른 길을
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시봉
선방 다니는 제자들이 스님의 시봉을 걱정하면 늘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나는 시봉을 받으려고 너희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 옆에 있어도 공부에 장애가 없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될 때
그때 오너라.
부모형제 버리고 부처를 구하고자 출가한 사람들이 이 늙은이가
혼자 있다고 해서 공부를 주저해서야 되겠느냐?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내 평생 혼자 이렇게 살아왔다.
걱정하지 말고 공부하러 가거라."
-서암 큰스님 가르침『소리 없는 소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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