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대사와 최치원 |
▲고운사의 얼굴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가운루 전경. 한 순간 생각이 한량없는 세월이다.” 의성 고운사를 개창한 의상(義湘,625 ~ 702) 스님의 가르침이다. 130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고운사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선지식과 대석학 향기품은 1300년 고찰
대웅보전
대웅보전에 모셔진 석가모니불
의상대사 창건한 고찰 ''화엄의 본향''' 당대 석학 최치원 20년 머물며 수학
창건 1300여년을 넘긴 고운사는 불교와 유교가 만난 의미 있는 도량이다. 당대 최고의 선지식인 의상대사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인 최치원과 인연 깊은 사찰이기 때문이다. 나와 너를 나누고, 내편과 네 편으로 갈려 싸우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상생과 화합, 교류(交流)와 교유(交遊), 그리고 소통의 메시지를 주는 상징적인 도량이 바로 의성 고운사이다. 소통은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그래서 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한적해서 여유롭다. 천년을 넘게 내려온 숲길은 산뜻한 공기로 마음까지 청량(淸凉)하다. 파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소나무들 이로 비쳐오는 햇살은 산사(山寺)를 찾는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날이 개면 개인대로, 안개가 끼면 낀대로 운치 있는 길이다. 비포장 흙길을 걷다보면 소리와 바람소리가 반갑게 손님을 맞이한다. 명승지에 있는 다른 절처럼 번잡하지 않아 고운사는 좋다. 고찰 가운데 드물게 관람료를 받지 않아 공연한 시비를 할 필요도 없다. 사찰 입구에는 식당과 가게가 하나도 없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때문에 분주한 세속의 일상을 내려놓고 안심(安心)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민가로부터 3km 정도 떨어져 있는 고운사는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을 자랑한다.
고운사 일주문 일주문까지 이르는 솔밭 사이 비포장 길은 진실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다가서려는 불자들의 마음을 위무해준다. 작은 규모의 고운사 일주문은 가장 아름답고 한국적인 일주문을 손꼽힌다. 복지관 옆에 새로 세운 웅장한 규모의 산문을 지나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일주문을 만들 당시 원목을 그대로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일주문에서 합장 반배를 하면 마음까지 청결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운사 흙길을 따라가면 노스님들의 사리를 수습한 부도밭이 보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수행의 향기를 사바세계에 전했던 스님들을 친견하는 순간이다. 잠시 숙연해진 마음을 가다듬으면 신라시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추앙받는 최치원의 향기가 묻어있다 가운루(駕雲樓)가 손짓을 한다. 가운루는 최치원(崔致遠, 857 ~ ?)이 여지(如智)ㆍ여사(如事) 스님과 함께 세운 누각이다. 이때 우화루(雨華樓)도 같이 세웠다고 한다. 가운루의 본래 이름은 가허루(駕虛樓)였고 우화루의 본래 이름은 우화루(羽化樓)였다. 연꽃이 반쯤 핀 모양인 ‘부용반개형상(芙蓉半開形象)’의 천하제일 명당에 자리한 고운사와 잘 어울린다. 지금의 우화루는 948년과 1018년 두 차례 중창되고, 1835년 소실된 것을 만송ㆍ호암ㆍ수월스님이 새로 지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사명대사가 승병(僧兵)들의 훈련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누각 아래로는 계류가 흐르고 뒤로는 산과 구름을 접하는 정토의 세계가 참배객을 기다린다. 번잡한 세속을 떠나 마음을 내려놓기에 적격이다. 당대 최고의 인텔리였지만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았던 최치원의 마음이 담겨 있는 누명(樓名)이다. 최치원은 신라시대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 까지 ‘사상의 대부(大父)’로 존경 받는 인물이다. 최치원은 고운사에 오랫동안 머물며 수행하고 공부했다. 본래 高雲寺(고운사)라는 사명(寺名)이 그의 자(字)에서 비롯된 孤雲寺(고운사)로 바뀔 만큼 최치원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출가사문도 아닌 유학자의 자로 사명을 바꾼 스님들의 넉넉한 마음도 이전투구하며 사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의상스님과 최치원은 7~9세기 세계의 중심이었던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최고 인텔리’였다. 따라서 고운사는 1000년 전 불교와 유학의 최고 권위자가 창건하고 주석했던 도량으로 중요성이 남다르다. 고운사 도량은 넓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여유 있게 활용했다. 다른 큰절들과 달리 넉넉하게 배치한 공간은 유자(儒者)들과 스님들의 자유롭고 여유 있는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해동 화엄종의 시조로 불리는 의상스님이 주창한 화엄사상을 있는 그대로 구현한 배치이기도 하다. 의성 고운사와 영주 부석사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화엄종 사찰을 창건한 의상스님은 의상십철(義湘十哲)로 불리는 오진(悟眞)ㆍ지통(知通)ㆍ표훈(表訓)ㆍ진정(眞定)ㆍ진장(眞藏)ㆍ도융(道融)ㆍ양원(良圓)ㆍ상원(相源)ㆍ능인(能仁)ㆍ의적(義寂)스님 등 걸출한 제자를 배출해 한국불교의 초석을 놓은 선지식이다. 의상스님이 창건한 고운사는 화엄사상(華嚴思想)과 함께 대유학자로 존경받는 최치원의 사상의 정수를 간직한 도량이다. 불교와 유교는 한때는 치열하게 대립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공존과 상생의 관계를 가져야할 시기이다. 의상스님과 최치원이 비록 200년의 시간차를 두고 고운사에 머물렀지만, 선지식과 지식인의 만남은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대립과 갈등을종식하고 화합과 상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의미 있는 도량이다.
▲고운사에서 꼭 봐야 할 것(연수전) 유교와 불교가 공존하고 있는 고운사는 이 같은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많다. 이 가운데 연수전(延壽殿, 사진)을 지나칠 수 없다. 1774년 영조가 내린 왕실의 계보를 적은 어첩(御帖)을 봉안하기 위해 세운 건물로 지금 건물은 고종 당시 새로이 지었다. 동서남북 사면을 돌아가며 화려한 벽화로 채워져있는데, 용ㆍ학ㆍ봉황ㆍ물오리ㆍ사슴 그림이 돋보인다.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유교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건물이다.
한편 만덕전에서 바라본 등운산((騰雲山) 봉우리는 원만하고 풍만한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으로, 그 모습을 보지 못하면 후회한다. 약사전에 모셔져 있는 석조여래좌상도 반드시 친견하자. 이 부처님은 도선국사가 조성한 것으로 균형 잡힌 몸매와 자비한 상호가 일품이다. 보물 246호로 지정돼있다. 고운사는 해동제일 지장도량이라도 유명하다. 망자가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고운사에 다녀왔느냐고 질문을 했다는 옛이야기가 전해온다. 한 가지 더. 고운사 벽화 가운데 호랑이 그림을 봐야 한다. 보는 사람의 눈을 따라 호랑이 눈동자가 따라오는 신기한 벽화다. 보수 당시 철거하지 않고, 본래 벽화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식당 벽면에 옮겨 놓았다.
고운사 호랑이 벽화
“참나를 발견하고 참살이를 체험하는 고운사 템플스테이는 여러분께 행복한 삶을 꿈꾸게 해드립니다.” 템플스테이 지정도량인 의성 고운사는 어린이ㆍ청소년ㆍ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았다. 단순히 사찰에 하루 이틀 머무는데 그치지 않고, 혼란한 마음을 내려놓기에 부족함이 없는 일정을 련해 놓았다. ‘참나’를 발견하는 내실 있는 템플스테이로 참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운사 홈페이지(www.gounsa.net)에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다.
▶ 고운사 주지 호성스님 제16교구 본사 주지 호성스님은 “불교와 유교의 대석학이 주석했던 명성에 손색이 없도록 사찰을 운영하는 한편 그분들의 가르침을 느낄 수 있는 템플스테이 로 특성을 살려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지 취임 후 고운사의 위상을 한껏 제고시킨 호성스님은 화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화엄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스님은 “고운사에 들어오는 것은 곧 화엄세계에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세속의 삶이 힘든 현대인들이 고운사에서 사찰체험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호성스님은 “우리가 사는 세계는 모두 어우러져 있다”면서 “템플스테이에 동참하여 의상스님의 화엄사상과 대석학 최치원의 향기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참여를 권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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