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템플스테이와 부처님이야기

관기 도성 두 聖人 발자취 따라 가볼까 = 대구 유가사

백련암 2009. 12. 1. 12:05

유가사와 시문학 여행

◈관기 도성 두 聖人 발자취 따라 가볼까?

신라시대 관기스님과 도성스님이라는 두 성인이 포산(包山, 비슬산의 옛 이름)에 살고 있었다.

관기스님은 남쪽 봉우리 암자에서, 도성스님은 북쪽 봉우리 암혈에서 수행정진 했다. 두 스님은 안부가

궁금할 때마다 특별한 날을 정해 만난 것이 아니라 바람을 매개로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관기스님이 도성스님을 그리워 할 때는 나무가 북향으로 엎드려 그 마음을 읽도록 하고,

나무가 남향으로 누웠을 때는 도성스님이 관기스님을 만나러 갔다.

스님들의 만남에는 깊은 우정과 수행자의 올곧은 면모가 살아 숨 쉰다.

지난 7월15일 아름다운 수행 이야기를 따라 비슬산 유가사 여행길에 올랐다. 

 

 100년 넘는 소나무 詩碑와 절묘하게 ‘조화’    ‘달빛, 먹빛 묵언 행선’ 프로그램 詩興 일으켜

 

유가사(瑜伽寺)는 이들의 만남과 수행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일연스님이 ‘포산이성’의 자취를 찾아 도성암에서

며칠 머물며 ‘찬(讚)포산이성관기도성(包山二聖觀機道成)’을 적어 <삼국유사>에 남긴 것을 시비에 새겼다.

“달빛 밟고 서로 오가는 길 구름 어린 샘물에 노닐던/ 두 성사의 풍류는 몇 백 년이나 흘렀던가/

안개 자욱한 골짜기엔 고목만이 남아 있어/

뉘었다 일어나는 찬 나무 그림자 아직도 서로 맞이

하는 듯.”

이 시를 읽는 것으로 유가사 템플스테이는 시작된다.

 

어림짐작 해 수령이 100년은 족히 넘은 소나무들

사이로 커다란 시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쭉쭉 뻗어 잘생긴 소나무와 울퉁불퉁한 시비는

묘하게 어울렸다.

눈으로 마음으로 읽다보니 어느새 노래

가 돼 흥얼거리게 된다.

 

 

 

생각을 압축해 정제된 언어만을 골라 글로 표현해 내는 시는 수행자들의 담박한 삶과 참으로 닮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비록 이들처럼 살 순 없겠지만 잠시라도 마음을 비우고 세속을 떠나고픈 일반인들에게 유가사는 ‘달빛,

먹빛 묵언 행선’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유가사에서 수도암을 지나 도성암 까지 40여 분 거리를 화두를 들고 걸어보는 것이다.

달이 떴을 때는 달빛에 의지해, 달이 구름에 가렸을 때는 깜깜한 먹빛에 의지해 행선하는 것이라

‘달빛 먹빛’ 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름 하나하나가 닫혀졌던 감성의 문을 활짝 열어젖혀 시심(詩心)을 부추긴다.

‘이뭐꼬’ 화두를 들고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행선을 하다보면 참가자들은 차츰 선정에 들게 된다.

깊은 밤 달빛을 밟으며 생전 처음 만난 참가자들과도 우정이 싹 튼다. 항상 가까이 있었지만 소중함을 느끼

기에는 바쁘기만 했던 마음을 저절로 내려놓고, 관기스님과 도성스님이 서로를 만나기 위해 걸었을 그 길

을 밟으며 자신을 말끔히 비운다.

어디 이뿐인가. 한 걸음 떼면 비슬산에 대한 시비도 있다. 비슬산 정상 바위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아 ‘비슬’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산은 오랜 세월 유가사를 지키고 서있다.

“비슬산 구비 길을 누가 돌아가는 걸까/   나무들 세월 벗고 구름 비껴 섰는 골을/

푸드득 하늘 가르며 까투리가 나는 걸까/   거문고 줄 아니어도 밟고 가면 韻 들릴까/

끊일 듯 이어진 길 이어질 듯 끊인 緣을 싸락눈 매운 향기가 옷자락에 지는 걸까/

절은 또 먹물 입고 눈을 감고 앉았을까/   萬첩첩 두루 寂寞 비워 둬도 좋을 것을/

지금쯤 멧새 한 마리 깃 떨구고 가는 걸까.”   속초 신흥사 한주 오현스님의 선시다.

구름을 가르고 달을 불러 노래하는 선승의 기개가 엿보였다.

돌아갈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쯤 되면 수첩에 아무 단어나 적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다.

하지만 창작에는 실패했다. 대신 스님의 시를 옮겨 적었다. 성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시의 숲 거닐어 볼까.

 

 

#유가사 템플스테이 ‘일연문학학교’    수행과 문학 프로그램 동시 체험

 

대구 유가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문학의 열기를 한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템플스테이 이름은 ‘일연문학학교’. 일연스님은

고려시대 때 원나라의 침입으로 30년간 국토가 전란

에 빠져있을 때 꺼져가는 민족혼을 살려내기 위해

필생의 역작으로 <삼국유사>를 저술했다.

유가사는 비슬산에 35년 간 머물며 <삼국유사> 찬술

의 토대를 쌓았던 일연스님의 정신을 계승하고 선양하기 위해 학교를 세웠다.

 

 

 

<사진> 대구 유가사는 일연스님의 사상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일연문학학교를 열고

           경내에 시비를 세웠다. 사진은 ‘찬포산이성관기도성’ 시비.

 

유가사 템플스테이는 수행과 문학 프로그램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뒀다.

참가자들은 ‘새내기 작가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을 쓰고 전시를 한다. 두꺼운 종이를 활용해 8쪽의

책을 만들어 그 속을 삼장 시 쓰기, 별명, 거울 등 다양한 주제로 자신 만의 글로 채운다.

또 경내에 세운 시비를 찾아 시를 읽고 토론도 한다.

현재 보각국사 일연스님의 시비를 비롯해 만해 한용운 스님의 ‘님의 침묵’,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호우의 ‘개화’, 이조년의 ‘이화에 월백하고’ 등 6개의 시비가 세워져있다.

유가사는 앞으로 문학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더 많은 시비를 세워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문학특강을 들을 수 있어 눈길을 끈다.

강의는 유안진 시인, 이하석 시인, 김경 시인, 박재희 시인, 정희성 전 작가회 이사장, 고운기 연세대 교수,

김용락 경북외국어대 교수, 박은숙 시인 등이 맡고 있다.

이밖에도 새벽예불, 108배, 참선, 기초불교교리, 소원돌탑 쌓기 등 다양한 사찰 체험 프로그램을 비롯,

우포늪 생태체험, 비슬산 일원 유적지 탐방도 진행된다.

 

참가신청은 홈페이지(cafe.daum.net/ dlfdustmsla)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문학학교는 매월 격주로 주말마다 1박2일 일정으로 열리며, 8월 달은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 단위로 진행한다.

유가사 주지 계성스님은 “조용한 산사에서 문학의 열정을 꽃피우고 내면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이라며 “신심을 닦고 일연스님의 정신을 되새기는 템플스테이에 많은 관심과 동참 바란다”고 밝혔다. (053)614-5115, (010)8854-3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