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청주 용두사지철당간 유래

백련암 2009. 12. 14. 16:40

청주 용두사지철당간 유래

명문이 새겨진 것으로 유일한 철당간인 ‘용두사지 철당간’ 전체 모습.

아래 사진은 철당간 조성 내력과 연대를 기록한 명문.

 

청주시내에서 가장 번화가인 상당구 남문로에는 용두사지 철당간(국보 제41호)이 자리하고 있다.

상가 건물에 막혀 답답해 보이기조차 한 이 철당간은 2개 뿐인 청주의 국보 가운데 하나다.

 

당간(幢竿)은 사찰의 상징인 깃발을 걸기 위한 시설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는 불교가 들어오

기 전 솟대가 불교에 흡수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원래 30단으로 조성됐으나 현재 20단만이 남아 있는 용두사지 철당간은 조성에 대한 기록이 양각으로 기록  돼 있어 건립연대가

확실한 국내 유일의 철당간이다.

 

여기에는 청주의 지형이 배 모양으로 되어 있어 철 당간을 돛대로 삼아 세우고 주성(舟城)으로 불렸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북쪽으로 떠내려가는 청주고을을 붙잡다 



                                 고려시대 혜원스님, 꿈에서 부처님 친견한 뒤 

                                 목암산에 올라 地勢 살펴보고‘철당간 돛’세워


고려 초 연등사 주지였던 혜원스님이 전국의 이름난 절과 명승지를 순례하며 수행하던 중 청주의 율량마을(현재 상당구 율량동 인근)에서 하룻밤 쉬어가게 되었다.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수행자에게 하룻밤 머물 곳이 있겠습니까?”


혜원스님의 정중한 요청에 고을 어느 집 주인이 흔쾌히 대답했다.

“암요. 스님 같은 수행자들을 저희 집에 모시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이 나라 고려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삼고 있는데 우리 같은 백성이 하룻밤 유숙할 곳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어찌 이 나라 국교가 불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주인은 호의를 보이며 스님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합장을 했다. 혜원스님도 감사의 합장을 했다.

 

“나무 관세음보살….” 사랑채로 들어온 스님은 극진한 주인의 대접에 따뜻한 공양과 잠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산천을 떠돌아다니는 스님이었지만 공양을 한 후에는 반드시 좌선삼매에 들어 하루의 일과를 점검했다.

 

그날도 혜원스님은 저녁공양을 마친 뒤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날따라 온갖 망상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거참, 이상한 일이구나.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유독 이 고을에서는

번뇌망상이 기승을 부리는구나.”

지세가 이상함을 알아 첸 스님은 참선에서 깨어 일어나 잠시 사랑채를 포행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허허, 날씨도 참 요상하구나. 마른하늘이 어찌 이리도 갑작스럽게 변덕을 부린단 말인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난간으로 올라 온 혜원스님은 젖은 가사와 장삼을 말리기 위해 다시 사랑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비가 개이고 하늘에 햇볕이 고개를 내밀더니 일곱 색깔 무지개가 서쪽하늘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필시 무슨 변고가 있을게야….”

그날 밤 스님 꿈에 부처님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혜원스님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시게. 혜원스님. 지금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

갑자기 등장한 카랑카랑한 음성에 스님은 깜짝 놀라 엎드려 절을 하면서 부처님께 고했다.

“아시다시피 소승은 부처님처럼 만 중생들에게 올바른  법을 전해 주고자 전국을 바람처럼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율량마을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있는데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가 싶더니 무지개가 활짝 서쪽하늘에 걸려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러자 부처님은 혀를 끌끌 차며 혜원스님에게 말했다. “그 일은 내가 그대에게 더 이상 이 고을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랬소.”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혜원스님은 용두사로 찾아 가 주지스님을 만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사실 소승이 지난 밤 꿈에 부처님을 뵈었는데 느닷없이 청주고을이 떠내려가고 있으니 용두사로 가서 돛대를 세우라는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이 뜻을 소승은 도무지 알 길이 없어 이렇게 일찍 용두사로 달려왔습니다.”

그러자 용두사 주지스님은 깜짝 놀랐다.“네, 부처님이 나타나 돛대를 세우라고 하셨다구요?

소승도 스님과 똑같은 꿈을 꾼 뒤 그 뜻을 몰라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두 스님은 그날부터 3일 밤낮을 고심해 보았으나 부처님이 꿈에서 말씀하신 뜻을 알 길이 없었다. 4일째 되던 날 용두사로 풀

삿갓을 쓴 아이(초립둥이)가 들어와 탁발을 했다.

 

용두사 주지스님은 초립둥이에게 먹을 것을 건네주면서 넌지시 자신이 꾼 꿈을 이야기했다.

“동자야, 내가 며칠 전에 꿈을 꾸었는데 부처님이 나타나 용두사에 돛대를 세우라고 하는구나. 그 뜻을 난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혹여 너는 그 뜻을 알 수 가 있겠느냐?”

음식을 받아 든 초립둥이는 절을 나가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곧 용두사에 소금배가 들어올 것인데 돛대가 없습니다.”

 

용두사 주지스님은 초립둥이에게 달려가 물었다.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소금배가 무엇이며 돛대는 또 무슨 말이냐? 무슨 뜻인지 내게 속 시원하게 말해 보아라.”

그러자 초립둥이는 스님에게 말했다.

“그 뜻을 정히 알고 싶으시다면 목암산(우암산)에 올라가 용두사를 바라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휑하니 사라져 버렸다.

 

초립둥이의 말에 큰 소득을 얻은 용두사 주지스님은 혜원스님에게 달려가 좀 전에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

“스님, 좀 전에 초립둥이가 우리 절을 다녀갔는데 용두사에 소금배가 들어 올 것이니 돛대를 달라고 했습니다. 필시 스님과 제가 부처님을 친견하면서 들은 이야기와 똑같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말속에 담긴 뜻을 가르쳐 달라고 물었더니 목암산으로 올라가 용두사를 살펴보면 알 것

이라고 하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요? 그럼 어서 목암산으로 올라가 봅시다.”용두사 주지스님과 혜원스님은 급히 채비를 해 목암산 정상에 올라가 보았다. 용두사 주지스님은 “이곳에서 용두사를 바라보면 뭔가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혜원스님이 조용히 용두사를 둘러 싼 지세를 살펴보다가 손뼉을 탁 쳤다.

“아하! 이래서 부처님이 우리에게 수기를 주신 것이군요.”

영문도 모르는 용두사 주지스님이 궁금해하며 혜원스님에게 그 뜻이 무언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혜원스님이 조용히 설명했다.

“스님, 용두사를 중심으로 두고 주변 산세를 잘 살펴보세요. 뭔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아, 예 뭔가 조금 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지세를 보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혜원스님이 찬찬히 설명했다. “풍수학을 공부하지 않으셔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 말을 잘 들어 보세요.

지금 용두사가 자리한 곳이 청주고을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주변의 산들을 잘 살펴보세요. 거대한 배 모양같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용두사 주지스님이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에게도 보이는 것 같아요. 저 앞 산들이 거대한 배 모양이 되고 그 중심에 용두사가 자리하고 있군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배가 서서히 북쪽으로 떠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잘 보셨어요. 이런 지형을 행주형(行舟形)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부처님께서도 용두사에 돛대를 세워 더 이상 떠내려가지 말라고 한 것 같아요. 어제 온 초립둥이 역시 부처님이 보낸

시자임이 틀림없어요.”

산을 내려온 두 스님은 용두사에 배의 돛대를 상징하는 철당간을 높이 세워 더 이상 청주고을이 떠내려가지 못하도록 고정시켰다고 한다. 이후로 청주를 주성(舟城)으로도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청주=여태동 기자 

찾아가는 길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이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버스를 타고 중앙공원이나 도청쪽에서

내린다. 그곳에서 남문로에 위치한 롯데 영프라자 혹은 일선문고를 찾아오면 그 앞 광장에

‘용두사지철당간’이 우뚝 솟아 있다.

참고 및 도움

‘용두사지 철당간’ 리플렛, 용두사지 문화관광해설사, <청주문화> 23호(2008년),

손광섭 청주건설박물관장. 김종애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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