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흘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적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바람으로 피었다가 바람으로 지리라. 누가 일부러 다가와 허리 굽혀 향기를 맡아준다면 고맙고
황혼의 어두운 산그늘만이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어도 또한 고맙다. 홀로 있으면 향기는 더욱 맵고 외로움으로 꽃잎은 더욱 곱다.
하늘 아래 있어 새벽 이슬 받고 땅의 심장에 뿌리 박아 숨을 쉬니 다시 더 무엇을 기다리랴. 있는 것 가지고 남김없이 꽃피우고
불어가는 바람편에 말을 전하리라. 빈들에 꽃이 피는 것은 보아주는 이 없어도 넉넉하게 피는 것은 한 평생 홀로 견딘 그 아픔의 비밀로
미련없는 까만 씨앗 하나 남기려 함이라고...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끝내 이름 없는 들꽃으로 지리라.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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