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 있는 그곳

가을 저녁의 시 / 김 춘수

백련암 2013. 11. 7. 11:41

♠가을 저녁의 시

누가 죽어 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김 춘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