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템플스테이와 부처님이야기

“관음보살 향한 길 걸으면 꿈 이룰 수 있다” = 양양 낙산사

백련암 2009. 12. 1. 02:28

양양 낙산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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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스님이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세웠다는 홍련암.

  

    “관음보살 향한 길 걸으면 꿈 이룰 수 있다” 
 

   원통보전 너머 화마 지나간 솔 숲 거닐면

   길 섶에는 인동초 꽃 희디 희게 피어나고

   절망 넘어 희망 심는 따뜻한 마음 흐른다
 
   

‘꿈이 이뤄지는 길’. 한 줄의 강렬한 카피가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조합이 쉽지 않을 것 같은 ‘꿈’과 ‘길’이란 단어가 이음동의어로 들리는 것은 왜 일까. 길에서 어떻게 꿈을 이룰 것인가. 부처님께서 길에서 태어나시고 길에서 열반에 드셨기 때문에 ‘길’은 불교의 사상을 드러내는 명사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꿈은 생소하다. 굳이 연상되는 점을 찾아보라면 <금강경>을 소설화 한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 정도가 있을까.

낙산사 원통보전에서 해수관음상에 이르는 150m 정도의 길을 ‘꿈이 이뤄지는 길’이라고 부른다.

그 카피를 처음 봤을때 내내 머리에 맴돈 단어는 ‘꿈’ 이었다. 나의 꿈은 무엇이었지?

정치인, 과학자, 문학인 등등. 성인이 되고나서 지금의 꿈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처럼 직장 잘 다녀 봉급 잘 받고, 자식들 대학까지 뒷바라지 해주는 일. 그것보다 더 근사한 무언가 꿈이 있을터지만, 퍼뜩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사찰에 도착하기 전까지 꿈을 생각해 둬야 할 것 같았지만, 어지러운 두뇌가 정리되는 시간보다 차량의 도착이 빨랐다.

원통보전에서 새벽예불을 마치고 아침 공양을 하고나니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산책을 겸해 그 길을 걸었다. 잘 다듬어진 흙길의 감촉이 운동화를 뚫고 발바닥에 와 닿는다. 고요한 새벽은 감수성조차 발달시키는가 보다.

‘꿈이 이뤄지는 길’은 지난해 말 조성됐다. 화재로 산이 모두 불타고 난 후에 소나무 조경을 하면서 주지스님은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렸단다. “낙산사 복원에 힘을 보태준 국민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이 길을 따라 해수관음상에 도착하면 장엄한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 그 바다를 뚫고 해가 솟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을 딛고 희망을, 아집을 버리고 관용과 자비를, 원망에서 벗어나 사랑을 느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꿈을 떠올리고,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길을 조성했다.” 주지 정념스님의 설명이다.

“와, 인동초다.” 먼저 산책을 나왔던 한 관광객의 소리에 다가서니 정말로 자그마한 인동초가 흰 꽃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얀 눈 위에, 하얀 꽃이 주는 느낌을 뭐라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그냥 아름답다. 낙산사에는 이름이 붙혀지지 않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길이 있다. ‘구원의 길’이나 ‘서원의 길’이라고 하면될까? 바로 홍련암을 가는 길이다. 신라를 대표하는 두 고승, 원효스님과

의상스님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겠다’는 꿈을 세웠다. 파랑새를 따라 관음굴에 들어간 의상스님은 간절한 기도 끝에 관세음

보살님을  친견했다. 하지만 길을 가면서 여인을 희롱했던 원효스님은 친견의 꿈을 이룰 수 없었다.

같은 서원(꿈)을 꿨지만, 결과는 왜 다를 수 밖에 없었을까. 간절함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국내 최고의 관음도량으로 불리는 낙산사 홍련암은 불자들의 꿈을 이뤄주는 도량이다. 의상스님이 친견한 관세음보살은 연꽃을 타고 바다에서 올라왔다. 그 자리에 세운 전각이 홍련암이다. 절벽을 따라 계단을 오르고, 바위 틈새로 부딪쳐 사라지는 파도를 보면서 가는 그 길은 “관세음보살을 간절히 염(念)하면 자애로운 보살님이 나의 꿈을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홍련암 가는 길도 지난 2005년 산불로 무너진 축대를 쌓으면서, 옛 자료를 고증해 새로 조성했다.

“의상스님이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던 길의 정취를 살려보자”는 마음이 담긴 길이다.

절망과 희망은 마음 한번 뒤집으면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꿈과 희망이 있는 사람은 미래를 이끌어갈 힘을  갖고 있다. 푸른 바다와 설악산의 자연, 그리고 천년 문화의 역사가 담긴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꿈과 희망’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다. 세간의 고민을

앉고 사찰 문을 들어서지만, 길을 나설 때는 해수관세음보살의 미소를 얼굴에 가득 담고 돌아가게 된다. “새벽녘에 ‘꿈이 이뤄지는 길’을 한번 걸어보세요. 인자한 관세음보살 미소를 보면서 아침 일출을 맞이해 보세요. 꿈이 정말 이뤄집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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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해수관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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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공간 갖춰 ‘명품’ 평가...   백사장 걷기…산행도 가능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한마디로 ‘명품’이라고 불린다. 템플스테이 전용공간인 취숙헌은 6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또 수세식 화장실과 최신식 샤워장을 갖추고 있다. 낙산사 템플스테이를 찾은 사람은 세면장 인근 김장독을 한번 열어보길 권한다. 땅속에 파묻은 항아리에서 솟아나는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템플스테이 숙소인 취숙헌은 전통한옥 양식으로,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맞춘 건물이다. 풍경소리가 특히 아름답다.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유동적이다. 단체와 참가자에 따라 바뀐다. 백사장 걷기 명상, 문화재의 보고인 39번 국도를 따라하는 여행길, 설악산 산행 등 다양한 활동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반드시 가야 할 코스가 있다.

바로 사찰 인근에 마련된 노인복지시설 상락원을 찾는 일이다. 불교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상락원은 90여 명의 노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다양한 봉사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이 시설을 찾은 한 봉사자는 “시설을 보면서 불교계가 매우 역동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보는 것 만으로 자부심이 일 정도다“라고 평했다.

무엇보다 낙산사 템플스테이의 장점은 사중의 어른 스님들이 진행을 도맡고 있다는 점이다. 수련원장인 법인스님과 교무국장 지철스님 등의 법문과 차담은 그 자체가 속세에 찌든 마음을 깨끗이 씻어준다.

불교신문사ㆍ한국불교문화사업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