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템플스테이와 부처님이야기

여린 차순 따다 적멸보궁에 올려볼까 = 양산 통도사

백련암 2009. 12. 1. 03:26

통도사와 신라 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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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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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차순 따다 적멸보궁에 올려볼까

 

 ‘자장율사 창건 때도 존재했다’ 기록

  보궁 동편에 현재도 몇 그루 남아있어

   

4월20일은 곡우(穀雨)다.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리는 절기라는 의미로, 한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날은 죄인도 잡아가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 곡우에는 차의 여린 순을 따는 날이기도 하다.

곡우 이전의 차는 우전이라고 하며 녹차 가운데 최상품으로 친다. 곡우가 지나 따는 여린 순은 세작이라

부르며 구분한다. 곡우를 앞두고 지난 8일 경남 양산 통도사로 향했다. 왠 통도사? 하동이나 보성이 아니고. 차는 귀족의 문화유물이 아니다. 복잡한 다구와 격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부지불식간이지만, 차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다.

역사도 바꿔놨다. 영국이 아메리카에 수출하던 차에 지나치게 높은 관세를 붙인 것이 원인이 돼 미국의 독립운동이 시작됐다.

중국에 지급할 차 대금이 부족해 영국이 인도산 아편을 중국에 강매하면서 1840년 아편전쟁이 반발했다.

그에 앞서 고대 중국 역사의 한획을 그었던 유비가 역사에 등장한 사건도 ‘차’(茶)였다. 돗자리를 역어 판 돈으로 어머니께 드릴 차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황건적을 만났다. 결국 차를 빼앗긴 유비는 황건적 토벌을 위해 관우, 장비와 형제의 연을 맺고 강호로 나왔다. 소심한 유비가 차 한 봉지를 잃은 충격에 결국 한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조상을 모실 때 차는 필수였다. 설과 추석 때 지내는 차례는 조상님께 차를 공양하는 의식이란 뜻이다.

차를 구하지 못한 서민들은 곡식을 빚은 술로 대신했다. 조선시대 들어 술이 주종을 이뤘지만 불교에서는 다 맥을 유지해 왔다.

스님들의 기일에 지내는 헌다례나 육법공양의 헌다의식, 초의선사와 <동다송> 등등 차에 대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조선시대에는 딸이 시집갈 때 차 씨앗을 혼수품에 넣어 줬다고 한다.

 

차나무는 다른 곳에 옮겨 심으면 대부분 죽고 만다. 이런 까닭에 “시댁에서 뿌리를 내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딱딱한 껍질을 깨고 싹을 틔워야 하는 차나무처럼 인고의 시간을 견디라는 의미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차의 시원(始原)은 어디인가. 통도사를 찾은 이유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차는 선덕여왕(632~647) 시대에 등장했다.

원효스님은 굴속 암자에서 차를 끓여 마셨으며, 신라 문무왕 때 가야의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밥과 떡, 과일, 차를 놓았다고 한다.  그 시기 차가 유래한 것으로 보는데, 문헌상 볼 수 있는 최초의 차 식재지는 바로 통도사였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국내 4대 적멸보궁 가운데 통도사가 첫 번째로 중요한 장소다. 그래서 불보종찰이라 부르지 않는가. <통도사 사적기>에 따르면 자장율사는 그 귀하디귀한 장소를 빙 둘러가며 차나무를 심었다. 왜 차나무일까. 그만큼 귀한 나무로 여긴 까닭이 아닐까.  차나무는 원줄기가 죽기전에 다른 줄기가 뻗어 나온다. 그래서 한 나무에서 끊임없이 생사의 윤회가 이뤄진다. 삶과 죽음에 대한 불교의 고찰과 닮아있다. 참, 일반 나무와 달리 차나무는 뿌리를 통해 그 수명을

확인할 수 있는데 차나무를 옮겨 심는 과정에서 그 수령을 확인했다고 한다.

삶의 애착이 가장 컸던 인물은 진시황이다. 핏, 웃음이 난다. 영생의 삶을 추구했으니 나무로 환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통도사 차나무가 1500년 수령이지만 여전히 잎을 싹틔우고 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용문사 은행나무가 1100년 수령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호두나무인 천안 광덕사 호두나무가 700년 수령이다. 그이를 만났다면 나무가 돼 바람과 물과 태양을 벗하면서 남을 해(害)하지도 않는 천년의 삶을 살아보라고 권했을 터인데. 며칠간 이어진 무더위에 차나무가 잎을 틔웠다. 벌써 참새의 혀 모습이라는 세작이 나왔다.

 

이 찻잎을 따서 뜨거운 가마솥에 덖어서 말리기를 9번 하고나면 좋은 녹차가 된다.

통도사는 볼거리가 많다. 그래서 느낄 수 있는 것도 많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 산사로 가는 길의 정취에서 시작해 일주문, 각종 전각,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꺼리. 그리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까지. 그 많은 문화재와 자연환경에 감춰져 놓치기 쉽지만, 차나무도 꼭 한번 둘러보길 권한다.

 

차나무 꽃(녹차)향기가 참으로 은은하고 달콤하다.

 

차나무에 기대어 적멸보궁을 바라보자니 “네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곧 극락이요, 깨침의 자리다. 두터운 미혹의 껍질을 깨고

나와 싹을 틔워라”는 부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통도사 템플스테이는…

 

단체 참가자 위주의 ‘맞춤형’

통도사 템플스테이는 한마디로 ‘맞춤형’이다.

‘큰 절’의 특성상 단체 참가자를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데 사전에 논의를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준다. 그 이유에 대해

통도사 포교국장 정묵스님은 “통도사에는 모든 문화적.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어 참가자들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체험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사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산내 암자 순례프로그램, 수십 명의 스님들과 함께 하는 장엄한 예불체험, 현대식 호텔시설인 자비도량에서 숙식하며 사찰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다.

정묵스님은 “부산에 온 외국인들이 템플라이프 형태로 한두 가지 문화체험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문화체험을 했다”며 다도와 발우공양이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문화재, 자연 및 역사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는 정묵스님은 “사중에 많은 스님들이 거주하다보니 일본어, 영어, 중국어 등 각종 나라에서 참가자가 와도 진행에 어려움이 없다”며 “개인 참가자의 경우 주말수련프로그램과 연계해 문화체험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찰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한국불교 신앙의 출발지인 통도사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천혜의 자연속에서 마음을 쉬어가십시오.” 통도사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내미는 손길이다.

 

통도사와 약차(藥茶)

‘음식이 사람을 살린다.’ 어느 카피처럼, 통도사는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면서 사람의 몸을 치유할 수 있는 약(藥)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설립한 영축총림영농조합법인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상품은 ‘야콘’과 ‘연차’. 그리고 서운암 특산물인 고추장과

된장 등이 있다.

야콘은 당뇨와 고혈압에 특히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찰 내 공휴지에서 재배돼 환(丸)과 즙으로 상품화 했다.

신라 차나무를 재배해 지난해부터 녹차도 생산하고 있으며, 연꽃을 활용해 다양한 건강보조식품과 차를 상품화했다.

차는 스님들이 직접 전통가마솥에서 덖어낸다.  그래서 통도사 템플스테이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한 문화체험이다.         통도사 www.tongdosa.or.kr 055-382-7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