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기림사와 약수 | ||
◈생명의 근원 ‘물’이 살아 숨쉬는 곳◈
기림사에 있는 수곽. 유명했던 옛 약수들은 남아있지 않지만 여전히 좋은 물맛을 지키고 있다.
사찰의 원래 이름도 林井寺로 불러 예로부터 경내에 5개 우물 유명해
코아세르베이트. ‘기독교가 맞는가, 불교가 맞는가’라는 명제를 놓고 갈등하던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이 단어가 한 중학생을 불교도로 이끌었다. 코아세르베이트는 물과 흙만 존재하던 원시지구 때, 번개의 작용으로 물속에서 만들어진 유기화학물이다. 그 물질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거대한 생명공동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진화론이 옳기 때문에 창조설은 교훈을 담은 이야기 꺼리 정도일 뿐’이라는 것이 한 중학생이 내린 결론이었다. 과학 이야기를 떠올린 것은 ‘약수’라는 주제어 때문이었다. 물속에서 합성된 코아세르베이트가 모든 생명의 근원이란 점에서, 역으로 모든 생명체는 물을 근본에 두고 진화했으며, 물이 없으면 살수 없는 존재가 됐다. 곧 물은 생명이다. 조선 세조가 피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약수터를 찾았고, 집집마다 좋은 물을 얻기 위해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동양철학이 이야기하는 진리, 법(法)이란 단어는 물(水)이 가는(去) 것과 같은 순리를 의미한다. 우리의 할머니는 정화수를 떠놓고 하늘과 산신님께 가족의 안녕을 축원했고, 가톨릭에서는 성수를 뿌리며 신도들의 죄를 사한다. 고타마 싯달타가 오랜 고행을 끝내고 강에서 목욕을 한 후 49일간 선정이 든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모든 종교에서 물을 신성시하는 이유도 바로 물이 생명의 근원인 까닭이다. 약수는 물 가운데서도 인간의생명을 살리는 효험을 지니고 있다. 특히 병으로 인해 몸의 균형이 깨진 사람들에게 다시 생명력을 찾아주는 힘을 갖고 있다. 때론 숨겨진 힘을 발휘하게 하는 신비한 성분도 내포하고 있다. 산사를 찾아갈 때 산길을 오르느냐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으며 마시는 샘물은 감탄사를 저절로 내뱉게 하는‘약수 중 약수’다. 경북 경주 기림사는 원 사명(寺名)이 임정사(林井寺)다. 수풀이 우거진 곳에 위치한 우물.직역하면 그런 뜻이다. 원효스님이 중창하면서 기림사로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기림사에는 ‘물’이 유명한데, 오래된 약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휑그러니 흔적만 남았지만 기림사에는 다섯가지 맛을 내는 물이 유명하다. 약수는 대적광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 옆의 장군수와 천왕문 안쪽 오탁수, 절 입구의 명안수, 후원의 화정수, 북암의 감로수 다섯 곳이다. 장군수를 마시면 기개가 커지고 신체가 웅장해져 장군을 길러낸다고 하며, 오탁수는 물맛이 좋아 까마귀도 마신다는 물이다. 명안수는 눈이 맑아지고, 화정수는 마음이 편안해지며,감로수는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과 같다는 물이다. 장군수는 지금 물이 끊겼다. 일제시대, 장군의 출현을 두려워한 일본인들이 막아버린 때문이다. 장군수의 전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림사의 위치를 한번 돌아보면 더욱 생생히 다가온다.
기림사는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대찰이었다. 사찰이 위치한 함월산은 깊은 산골로, 임진왜란 이후 호란과 일제시대 의병활동의 중심지로 역할을 했다. 밖에서는 기림사를 볼수 없지만, 절 안에서는 시내가 훤히 내다보이는 까닭에 의병활동에 더없이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곳에 장군수의 전설까지 내려오니, 산의 정맥 끊기에 혈안이 됐던 일제가 약수마저 가만히 내버려뒀을 턱이 없다. 산사에 가면 어디든지 물이 있다. 일본 사찰의 입구에 놓인 물은 손을 씻는 물이지만, 우리나라의 물은 시원하게 한잔 마시면서 마음의 때를 벗겨내는 ‘약수’다. 물은 때로 바위를 뚫고 나오기도 하고, 때로 산 정상에서 내려와 고이기도 한다. 그곳에 절이 위치한다. 물이 없는 곳엔 사람이 살수 없는 까닭에, 물이 있는 곳이라야 사찰을 지었기 때문이다. 약수는 돌을 조각해 만든 수각에 잠시 모으기도 하고, 대나무를 연결해 호스를 대신하기도 한다. 경주 기림사에 가면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다섯 약수를 놓친다면 허전한 여행길이 아닐 수 없다. 눈밝은 지혜를 갖고(명안수), 편안한 마음으로(화정수) 모든 중생을 사랑하며(오탁수, 감로수) 잘 살아야 한다(장군수)는 가르침이 한곳한곳 우물마다 나뉘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제로 인해 우물이 막혔지만, 언젠가 다시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오는 것도 좋지 않은가. 거창하게 시작한 물 이야기가 결국은 일상의 물 이야기로 돌아왔다. 물은 그렇다. 모든 생명을 잉태하지만,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물의 섭리다. 기림사 한켠 그늘에 앉아 산사의 문화와 자연을 감상하면서 약수에 담긴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무엇보다 기림사 템플스테이 다도시간은 약수에 얽힌 전설을 들으면서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기림사 템플스테이는… 10명 이상 단체 가능…장애인은 할인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마음의 소리에 다가가 보세요. 어렵고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것, 나를 안다는 것. 천년의 고찰 기림사에서 느껴보세요.” 기림사 템플스테이는 10명 이상일 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0명 미만의 가족이나 개인의 경우 휴식형으로 진행한다. 계절별로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특징. 봄에는 녹차밭 체험을, 여름에는 용연폭포에서 명상체험을 한다. 가을에는 연밭에서 옅차 시음의 기회를 제공하며 겨울에는 동해바다 해맞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동참금은 1박2일 기준으로 성인이 4만원, 중고생 2만원. 장애인의 경우 50%를 할인해 준다. 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는 주지스님의 마음이 담긴 배려다. 첫날은 경내 문화재 소개 및 사찰예절 교육과 발우공양, 참선으로 진행된다. 둘쨋날은 다도와 계절프로그램의 시간. 스님들과 함께 하는 새벽예불 시간과 기림사 전설을 들으면서 차를 마시는 다도시간은 특히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다. 기림사가 신라 천년고찰인 경주에 위치하고 있어 2박3일 일정으로 스케줄을 잡아 경주의 여타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홈페이지(www.kirimsa.com)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기림사 054-744-2292
|
'명품 템플스테이와 부처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이 끝나는 그곳엔 희망이 있다”= 해남 미황사 (0) | 2009.12.01 |
---|---|
높지도 낮지도 않는 곳에 목탑도량 놀라워라= 진천 보탑사 (0) | 2009.12.01 |
여린 차순 따다 적멸보궁에 올려볼까 = 양산 통도사 (0) | 2009.12.01 |
일엽스님 깨달음의 길과...= 예산 수덕사 (0) | 2009.12.01 |
하늘 나는 새들처럼 내 마음도 ‘훨~훨’ =서산 부석사 (0) | 2009.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