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에서 * 천상병 주막(酒幕)에서 -도끼가 내 목을 찍은 그 훨신전에 내 안에서 죽어간 즐거운 아기를 <장쥬네>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 詩 가 있는 그곳 2009.04.24
나의 가난은 = 천상병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 詩 가 있는 그곳 2009.04.24
푸른 것만이 아니다 = 천상병 "푸른 것만이 아니다"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은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가슴 조일때 하염없이 잎이 떨어져 오고 들에 나가 팔을 벌리면 보일 듯이 안 보일 듯이 흐르는 한 떨기 구름. 3월, 4월 그리고 5월의 신록 어디서 와서 달은 뜨는가 별은 밤마다 나를 보던가. .. 詩 가 있는 그곳 2009.04.24
따뜻한 별에 세계(천상병 시인의 일생) 천상병시인은 * 1930년 1월 19일(양력) 일본 효고(兵庫) 현 히메지(嬉路) 시에서 부(父) 천두용(千斗用)과 모(母) 김일선(金一善) 사이의 2남 2녀 중 차남으로 출생. 간산에서 국민학교를 마치고 중학교 이년 재학중 해방을 맞음. * 1945년 일본에서 귀국, 마산에 정착함. * 1946년 마산 중학 삼년에.. 詩 가 있는 그곳 2009.04.24
딩동댕/범능스님 *딩동댕* 나는 어디서 왔는가 딩 동 댕 나는 어디로 가는가 딩 동 댕 새여 꽃이여 나무여 딩 동 댕 어느 하늘 아래 무슨 인연으로 우리는 잠시 태어나 음- 바람처럼 이슬처럼 사라지는가 ~~ 딩 동 댕 딩 동 댕 딩 동 댕 끝도 시작도 한없는 윤회의 바퀴여 딩 동 댕 새는 어디서 우는가 딩 동 댕 꽃은 어디서.. 詩 가 있는 그곳 2008.07.18
하루 하루 오늘의 하루는 어제로 부터 온 하루도 아니며 내일로 가기 위한 하루도 아니다. 강심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햇볕 속으로 사라지듯이 하루는 홀로 와서 홀로 사라진다. 붙잡을 수도 머무를 수도 없는 하루는 허공에 달빛이 뜰을 쓸어도 자취가 없듯이 나에게도 너에게도 흔적이 없다. 부질없는 .. 詩 가 있는 그곳 2008.07.18
삶과 죽음 삶과 죽음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떠난다. 아득한 곳에서 왔다 아득한 곳으로 떠난다. 아득한 곳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 아득한 곳을 생각했으나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한 사람 아득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났으나 찾지 못한 사람 그리고 아득한 곳을 찾는 사람 저마다 운명이라는 옷을 입고 .. 詩 가 있는 그곳 2008.07.18
외로운 영혼의 섬/조병화 외로운 영혼의 섬 내 마음 깊은 곳엔 나만이 찾아갈 수 있는 외로운 영혼의 섬이 하나 있어 쓸쓸할 땐 슬며시 그곳으로 숨어 버립니다 내 마음 가려진 곳엔 나만이 소리없이 울 수 있는 외로운 영혼의 섬이 하나 있어 고독할 땐 슬며시 그곳으로 숨어 버립니다 아, 이렇게 내 마음 .. 詩 가 있는 그곳 2008.07.18
녹두 꽃 녹두 꽃 /김지하 빈 손 가득히 움켜진 햇살에 살아 벽에도 쇠 창살에도 노을로 붉게 살아 타네 불타네 깊은 밤 넋 속의 깊고 깊은 상처에 살아 모질수록 매질 아래 날이 갈수록 흡뜨는 거역의 눈동자에 핏발로 살아 열쇠 소리 사라져버린 밤은 끝없고 끝없이 혀는 잘리어 굳고 굳고.. 詩 가 있는 그곳 2008.07.05
= 나 무 = = 나 무 =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 詩 가 있는 그곳 2008.07.05